OKR 워크숍 준비부터 실행까지, 우리만의 방식 찾기
by Meme • 2025.06.04
이론은 알겠는데... 우리 상황에 맞게 어떻게 적용하지?
1편에서 OKR 도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우리 상황에 맞는 OKR을 설계하고 워크숍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실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OKR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은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14명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이미 한번 했다가 실패 했던 OKR을.. 어떻게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먼저 우리의 현실을 직시했다 (Box 1)
워크숍을 준비하기 전에, 정말 솔직하게 우리의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중요했다. 우리가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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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구조가 사일로를 만들어 전체 최적화보다는 팀별 목표에 매몰되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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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의사결정의 아쉬움: 팀 자율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전사 목표와의 정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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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매니징: 모든 실행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과정을 통제하려는 방식(의 대표.. 심지어 실무도 많이 하는대표) = 그로 인해 지시받은 일을 우선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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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관리의 부재 -과거엔 액션 중심 정리만 했고, 성과에 대한 정의와 피드백 루프가 거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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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기준, 일정 관리 기준, 공정한 기여 인정 등 기준이 부재
버릴 것들을 명확히 했다 (Box 2): 완전히 다르게 가야 한다
과거의 성공 방식 중에서도 현재에는 장애가 되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고쳐서 쓰자"가 아니라 "완전히 바꾸자"는 마인드셋이었다.
기존의 것이 문제가 있다면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바꿔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면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바뀌어야 한다.
이런 마인드로 접근했기 때문에 과감한 변화가 가능했다. 우리가 버리기로 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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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BM 중심의 팀 구조 → 유연한 프로젝트 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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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비효율적인 회의 문화 → 목적이 명확한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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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아닌 활동 중심의 업무 관리 → KR 달성이라는 '결과'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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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문제를 숨기는 문화 → 조기 공유와 도움 요청 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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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매니징 → 명확한 목표 제시 + 실행의 위임
단순히 기존 방식을 조금 수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바꿨다.
부동의 목적지를 구체화했다 (Box 3): 다각도 분석이 핵심
우리가 2025년 12월 31일 달성하기로 한 숫자 뿐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고객에게, 회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각도로 분석해서 제시했다. 이렇게 부동의 목적지를 단순 매출이어도 나에게 얼라인된 매출처럼 느껴지고 동기가 함께 올라오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
(이 부분은 자세히 알려드리기엔 ..ㅠ 우리 팀의 명확한 목표들이 나오기 때문에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댓글이나 멘션등을 남겨주시면 따로 공유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분기 OKR 설계: 톱다운과 바텀업의 절묘한 조합
1분기 바텀업 시도의 한계와 깨달음
올해 1분기에는 자율적으로 KR도 팀원들이 세우게 했었다. 완전한 바텀업 접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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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와 팀이 가져오는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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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진행하라"고 하면서 동시에 안 좋은 피드백을 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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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 입장에서는 "답정너"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 모든 걸 바꾸기 위해 OKR을 다시 도입한 거였기 때문에 원래 OKR의 목표는 대부분 팀원들이 함께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우리는 아래같은 방식으로 선택 했다.
Objective와 KR: (의견 청취후) 대표(나)가 설정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나?
명확한 O와 KR을 대표가 팀원들의 의견을 청취 후 정하는 것은 대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을 이미 모든 팀운에게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 그 안에서 이미 명확히 대표가 지시한 우선순위가 들어있다.
사전 설문에서 팀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코파운더의 피드백도 반영해서 O와 KR을 설정한 후,OKR 워크숍에서 팀원들이 다시 한번 토론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KR 검토 과정: 5가지 핵심 질문 : 워크숍에서 각 KR에 대해 팀원들이 검토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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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성: 이 KR이 무엇을 측정하는지 명확히 이해되나요? 모호한 표현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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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가능성: 우리가 이 KR을 실제로 측정할 수 있나요? 데이터는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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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성: 이 KR 달성이 상위 Objective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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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이 KR 달성이 우리 사업/고객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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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성: 이 KR의 목표치는 어느 정도가 도전적이면서도 현실적일까요?
이 과정에서 아래 5개의 기준에 부합한 KR인지 팀원들이 직접 토론을 통해 피드백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 코파운더가 참여하여 명확하게 의미를 정의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워크숍 당일: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던 하루
드디어 워크숍 당일. 솔직히 많이 긴장됐다. 갑작스러운 변화였고 처음으로 내가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는 워크샵이었으며, 직접 팀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실제로 우리에게 맞는 방식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했다. 모든 팀원들이 거의 하루를 사용해야 하는 엄청난 일이므로, 이 시간이 헛되이 쓰이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했다.
워크숍은 총 3세션으로 구성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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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1: 쑥쑥찰칵은 어떠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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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2: KR별 집중 피드백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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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3: Initiatives 도출, 우선순위 결정 및 인원 배치
조금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션 1: 우리의 존재 이유 다시 생각하기
먼저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정렬했다. 오랜만에 업데이트 된 IR 자료도 활용 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의 성공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현재 우리는 어디까지 와있는지 등 정성적인 존재의 이유가 아닌 정량적인 존재의 이유와 성공의 척도등을 설명했다.
세션 2: KR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
가장 활발했던 세션이었다. 각 KR에 대해 그룹별로 토의하고 피드백을 나눴다. 모호한 단어들은 정의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로 KR지표를 세울지 숫자를 찍고 갈지에 대한 의견들도 나눴다. 우리의 핵심 사용자가 누구인지 정의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세션 3: 가장 재미있었던 Initiatives 도출
이 세션이 가장 역동적이었다. 아이디어 도출부터 우선순위 설정까지. 특히 본인이 낸 아이디어를 좋은 점수를 받게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챔피언)이 영업하는 시간이 정말 재미있었다. 아래와 같이 아이디어를 KR별로 낸 후에 4 사분면에 붙였고 난이도가 낮고 임팩트가 강한 순서대로 KR 별로 Initiatives를 결정하게 되었다.
X축: 난이도 (Easy
Hard)
Y축: 임팩트 (Low Impact
High Impact)
3개월간의 운영 방식: 우리가 찾은 리듬
회의 문화의 혁신: 담당자가 회의를 주최한다
원래는 주 단위 위클리 전체 회의 형태였는데, OKR 도입 후 위클리는 서면으로 정리하는 형태로 변경되었고 전체 팀원이 모두 모이는 회의는 2주에 한번씩 OKR 체크인 미팅으로 변했다. 각 Initiative 담당자가 진행 상황과 KR 기여도를 발표하고, 현재 자신감 점수의 변화와 2주간 진행하면서 얻은점을 공유. 마지막으로 다음 2주차에 할 것들에 대해서 공유 하는 자리로 말이다.
위클리가 없어진것 뿐만 아니라.. 원래 대표인 내가 직접 문제 상황을 체크 하고 관련자를 불러서 물었었다면.. 이제는 각 Initiative의 책임자(A)가 노란불/빨간불 상황에서 직접 회의를 주최하는 방식으로 완전 바뀌었다. 회의 주최는 항상 내가 아닌 팀원이 되었다.
요런 식으로 팀원이 직접 나를 초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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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는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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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명확한 문제 해결 중심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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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형태의 회의는 완전히 사라짐
대표의 역할도 예전에는 실무를 하는 팀장 같은 역할에서 지금은 팀원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도와주는 지원자 역할 + 팀의 큰 그림과 방향성을 계속 체크해주는 나침반 역할로 변화했다. 그래서 나는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잃지 않게 되었고 팀원들은 더욱 주도적이고 도전적으로 일을 하면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게 되었다.
작은 성과들이 보이기 시작
이렇게 시행한지 고작 한 달이다. 근데 정말 1년이 지난 것처럼 많은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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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질문 없던 위클리 시간에 자유로운 대화 + 의견교환 + 질문이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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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이 스스로 OKR에 맞추어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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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상황을 숨기지 않고 노란불/ 빨간불을 켰고, 그걸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려는 문화로 변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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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PM 역할에 익숙한 사람들 뿐 아니라 개발자/ 기획자 등 다양한 팀원들이 Initiatives의 담당 (accountable)자들이 되었고 원래 특정BM만 하던 팀원이 새로운 BM을 시도보기도 했고, 이렇게 새롭고 놀라운 관점의 변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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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는 팀원들의 피드백이 가장 뜻깊었다.
앞으로 OKR 관련해서 총 3편을 더 연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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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의사결정과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해주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던 RACI 차트와 의사결정 가이드라인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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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노란불/빨간불은 언제 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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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OKR와 연계하여 만들 수 있는 성과/ 평가 기준과 1on1을 통해 피드포워드하기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