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 방향을 잡아야 할 때
by Meme • 2025.05.30
2024년 말,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쑥쑥찰칵이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고,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던 2024년 말.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뭔가 답답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마치 핸들이 고장난 에잇톤트럭 마냥.. 빠르게 달리고는 있지만, 정작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팀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성장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하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정리해보면, 먼저 소통은 자주 하는데 정확하게 닿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주간 회의도 하고, 수시로 이야기도 나누는데 방향성이나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얼라인이 뭔가 계속 안되고 삐그덕 거리는 느낌.
더 큰 문제는 팀원들이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해결하려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해야 하는 일처럼" 인식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팀 구조의 사일로 현상이 심각했다. BM 중심으로 나뉜 팀 구조 때문에 전체 최적화보다는 팀별 목표에 매몰되는 경향이 생겼다. 더 심각한 건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팀원들 사이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실행 속도가 느리다는 아쉬움도 계속 있었다. 나는 나름 대표로써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준다고 생각 했는데 팀원들은 다른 일을 먼저 하고 있었다.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그 일을 존중하고 있었지만 계속 마음은 답답했다. 더 중요한 일이 분명히 있는데, 팀원들이 알아서 가길 바라니까 속도가 느리다고 느껴졌다.
익명 설문 결과가 보여준 냉혹한 현실
답답함을 느낄 때, 뭔가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즈음 조직문화 익명 설문을 진행했는데,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심리적 안정감: 평균 2.8~3.1점 (5점 만점)
의사결정 명확성: 평균 2.8~3.1점
특히 개선점에 "잦은 회의, 잦은 소통"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
얼라인이 너무 맞아서 회의를 그래도 자주 하면서 체크인 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오히려 일의 몰입을 방해하는 형상이었다. 양적으로는 소통을 많이 하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제대로 닿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율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해주었다 생각 하지만, 심리적 안정감이 낮았고 대표인 나는 나름 명확하게 지시사항을 설명한다 생각 했지만 의사결정 명확성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나는 이대로는 안된다 생각 하고 모든 것을 원점부터 생각 한 후 변화 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때 만난 OKR과 Three Box Solution
마침 그때 G&G 스쿨 수업에서 리박스컨설팅 정태희 대표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의 'Three Box Solution' 모델을 중심으로 OKR을 통해 조직 운영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그날 배우자마자 나는 바로 시도하게 된다. 우선 Three Box Solution이 무엇이냐면..
Box 1 (현실): 냉혹한 현재 수준 파악
현재 조직의 수준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점을 정말 너무 힘들지만 하나하나 나열해봐야 한다.
Box 2 (파괴): 선택적으로 과거를 버리는 것
과거의 성공 방식이 현재의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버릴 것을 선택적으로 버려야 한다. 성장 하려면 정말 모든걸 변화하려면 정말 모든걸 변화해야만
Box 3 (창조): 부동의 목적지
명확한 기한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최종 목적지를 설정하고, 그곳에 도달했을 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함
부동의 목적지를 팀원들과 함께 가기 위해 OKR 이라는 프레임워크를 활용
이렇게 Box1 을 먼저 명확하게 깨닫고 (현실을 직시 하고), 변화할 것은 완전히 파괴 후 변화하고. 우리의 부동의 목적지인 명확한 골인 지점을 팀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명확한 베네핏이 느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가 정한 부동의 목적지로 다같이 하나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OKR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었다
OKR 도입을 결정하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이유가 있다. 사실 우리는 2022년에 이미 OKR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2022년 OKR 실패의 이유들
1. KR을 KPI처럼 생각하는 함정 팀원들이 KR을 단순한 KPI로 인식하면서 "그 숫자만 올리기 위해서는 뭐든 하면 된다"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고객 가치나 회사 방향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숫자만 올리려는 근시안적 사고가 문제였다.
2. 팀별로 일을 나눠주려는 강박 모든 팀에게 공평하게 일을 주려고 하다 보니, 중요하지 않은 일도 억지로 OKR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A팀도 뭔가 해야 하니까 이것도 KR에 넣자"는 식이었다.
결국 방향성도 흐려지고, 팀원들도 지쳐서 "이건 우리랑 맞지 않다"고 결론짓고 중단했다.
2025년, 완전히 다른 접근
이번에는 과거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르게 접근했다.
1. One Team 사고방식 팀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의 팀이라는 마인드셋으로 시작했다. 평상시 안 하던 일이라도 OKR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게 열어놨다.
2. 다양한 Initiative 참여 허용 한 사람이 여러 Initiative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이건 내 일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없애고 싶었다.
3. 자발적 기여 시스템 가장 중요한 변화: "알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라"로 전환했다. 일을 배분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여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그냥 기여도가 낮아지고 평가에 반영되는 구조로.
결과는 놀라웠다. 오히려 모든 팀원이 OKR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4. Objective는 대표가 결정. KR은 팀원들에게 1차 의견 들은 후 -> 코파운더와 결정 후 -> 팀원들에게 피드백 받은 후 수정. 이렇게 한 이유는 우리 구성원은 "지시 사항이 명확한 상황에서 자율성을 보장받을 때"가장 몰입이 잘 되는 조직이라는 것을 익명 조직문화 설문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도에도 OKR의 모든 지표와 내용을 구성원들이 정하게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팀원들도 방향을 잡기 어려워 했고 결국 회사가 중요한 가치를 제대로 담을수가 없었고 대표인 내가 조급해지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OKR 안에서 팀원들이 정말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OKR 도입 결정과 단계별 준비 과정
나는 무언가 변화를 하기 전에 구성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OKR을 도입할 예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약 한달 반에 거쳐 코파운더, 구성원들과 아래 과정을 통해 소통했다. 결국 OKR을 도입 하는 이유를 모두가 명확히 알고 방향성에 공감하면 더 큰 효율과 생산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다.
도입 전 준비 단계 (정말 중요!)
1단계: 코파운더부터 정렬가장 먼저 CTO인 코파운더와 충분한 논의를 했다. 대표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 경영진이 함께 OKR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실행 방향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2단계: 전체 팀원들에게 설문을 진행"2분기에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답변들은 나중에 O와 KR을 설정하는 데 많은 부분 기여했다.
3단계: OKR 도입 필요성 1차 공지갑작스럽게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보다, 먼저 "왜 지금 OKR을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배경을 자세히 공유했다. 팀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4단계: 다시 한번 타운홀한번 더 타운홀에서 OKR 도입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질문과 답변 시간도 충분히 가져서 팀원들의 우려사항을 해소했다.
그 당시 팀원들에게 내가 이야기한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명확한 목표 설정: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가 분명해짐
투명한 소통: 목표와 진행 상황을 모두가 볼 수 있음
집중과 정렬: 가장 중요한 일에 자원을 집중하고,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감
측정 가능한 성과: 객관적인 지표로 성과를 측정하고 지속적인 개선 유도
주인의식 강화: 목표 설정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약속'으로 인식
부동의 목적지 정하기
다음은 분기별 OKR을 정하기 전에 진짜 우리팀의 부동의 목적지. 우선은 이번년도 말의 모습을 상상했고 정말 눈에 그려질 정도로 만들어서 제시 했다. 나는 부동의 목적지를 한 줄로 만들었고, 그 부동의 목적지를 정할 때 해당 부분을 고려 했다.
부동의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
우리 고객은 어떤 행복를 누리게 되는지
•
우리 회사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
우리 팀원들은 어떤 성장과 베네핏을 얻게 되는지
•
우리 서비스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단순히 정성적인 혹은 정량적인 문장 보다는, 최대한 네개의 가치를 모두 다 담을 수 있지만 간단 명료한 단어들로 구성하는게 좋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팀원 모두 우리의 부동의 목적지를 1초안에 답할수 있다.
꾸준함과 일관성으로, 해보자!
OKR 도입을 결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마인드셋' 이다. 이 마인드셋에서 또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꾸준함'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 진행 하면서 우리 팀에 맞춰서 수정하고 정리해가면서 이번 년도 부동의 목적지를 꼭 달성 할 때 까지 이 OKR을 유지 해보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OKR을 어떻게 설계하고 워크숍을 준비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